설비
“민원 해결사요? 맡은 일에 충실할 뿐이죠”
전정섭
2011. 6. 8. 09:11

“따르릉~”
“부사동 oo건물 앞에 물이 고여 통행하는데 불편이 많아요” “네, 신속하게 처리해드리겠습니다”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바로 현장으로 달려간다. 확인한 결과 차도에 물 고임현상이 나타나 상수도사업본부에 연락해 처리한다.
동사무소에는 사소한 민원 전화가 수시로 걸려온다. 모두가 주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것이라 가능한 한 빨리 해결하려 동분서주 한다.
평범한 이야기지만 세상을 살맛나게 하는 한 공무원의 이야기이다.
대전시 중구 부사동주민센터의 송지영 주무관(56)이 바로 그 주인공으로 14년째 지역주민의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부사동 관내의 일이라면 무엇이든 앞장선다. 동네 공한지를 꽃밭으로 가꾸고 어려운 이웃들의 집수리에도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다.
수시로 경로당을 찾아가 노인들이 불편한 점이 없는지 보살피는 등 공무원이라기보다 자원봉사자에 가깝다.
모든 공무원들이 그렇듯이 자신이 맡은 일에 충실할 뿐이라며 한사코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꺼리는 그를 ‘릴레이 칭찬합시다’에 추천한 사람은 다름 아닌 부사동 주민들이다.
전세련 자원봉사센터 회장은 “주민들이 구청에 있는 그 분을 구청장에게 청원을 내 동사무소에서 근무하게 할 정도로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송 주무관의 일과는 이른 아침 동네를 자전거로 순찰하며 주민들이 불편한 곳은 없는 지 살피는 것으로 시작된다. 문제점이 발견되면 출근 후 바로 관계 직원들과 논의, 해결책을 찾는다.
송 주무관과 부사동의 인연은 남다르다. 1989년 첫발을 디딘 후 20여 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거의 부사동사무소에서 근무했다. 잠시 중구청에 근무를 했지만 주민들이 희망해 다시 부사동사무소로 돌아왔다.
주민들이 구청장과 면담 때 부사동을 잘 아는 공무원이 와서 민원을 해결해주었으면 하는 청을 냈고 구청장은 이를 수용, 중구청에 근무하던 그를 다시 부사동사무소로 발령을 냈다고 한다.
석교초등학교 1회 졸업생으로 총동창회장을 역임하기도 한 그는 부사·석교동의 터줏대감으로 누구보다도 동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그는 “민원이 들어오면 100%에 가깝게 해결하다 보니 주민들이 저를 잊지 않고 있었던 것 같아 늘 감사한 마음”이라면서 “당시에 동사무소 순환근무도 좋지만 오래 근무한 공무원이 한사람 정도는 있어야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며 겸연쩍어 했다.
송 주무관은 책임감 강하고 성실함은 기본에다 이웃을 가족같이 편하게 대하다 보니 주민들과의 친화력도 대단하다. 또 직장도 없이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고민을 들어주고 쌀까지 전해준다고 한다. 그야말로 전형적으로 발로 뛰는 행정을 펼치는 공무원이라는 것이 주민들의 평가이다.
임현숙 청란노인회 총무는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따뜻한 말도 잘해주시는 분”이라며 “청란경로당을 리모델링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분으로 혹시나 다른 곳으로 떠날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최봉화 통장협의회 부회장은 “항상 남을 위해 일하고 주민 단체의 화합에도 앞장서는 부사동의 일꾼”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송 주무관은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심리상담, 자원봉사관리사 등 각종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 대부분 업무와 관련된 것으로 좀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 취득했다.
공직생활 동안 그는 책임감과 성실성을 인정받아 여러 차례 수상도 했다. 인구주택 총조사 유공 수상, 지역사회발전 기여, 예비군 육성발전기여 장관급기관장 표창을 받았다.
바쁜 공직생활을 하면서 이웃사랑에도 앞장서고 있다. 한민족양심운동 본부와 청남클럽, 충일교회 등에서 봉사활동과 이웃돕기 운동을 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받은 사랑을 되돌려 주고 싶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송 주무관은 지금은 완치가 됐지만 2003년 위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한 후 8년간 투병생활을 한 적이 있다. 투병생활 이후 그는 새롭게 주어진 삶이니 만큼 더욱 값진 일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그에게는 작은 소망이 하나 있다. 공직생활이 끝나면 사회복지법인을 만들어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봉사하면서 살고 싶다는 것이다. 또한 대전시 바르게살기운동의 창립 실무를 맡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아름답고 멋진 대전을 만들기 위한 작은 권리 찾기 시민운동도 펼쳐보려는 구상도 하고 있다.
그는 취미로 나무에 글씨를 새기는 작업, 즉 전통서각을 6년째 하고 있다. 전통서각을 하다 보니 좀 더 열심히 연마해 명필대가의 글을 기록으로 남기고 국전에 도전을 할 욕심이 생겼다. 그는 이 취미생활도 이웃들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한다. 마을의 어르신들에게 취미생활로 보급하고 안영동 장수마을, 경로당 등에 효와 충에 대한 내용을 담은 서각작품을 걸고 싶다는 희망도 내비쳤다. 공무원으로서 뿐만 아니라 생활자체가 이웃에 대한 봉사의 정신이 몸에 배인 사람이라는 주위의 칭찬이 허언(虛言)이 아님을 알 수 있다.임은수 기자 limes@daejonilbo.com
www.shop-dw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