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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뉴코리안> ⑨여성가족부 공무원 정수림씨

결혼이주여성 최초로 중앙부처서 일해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평범한 전업주부였던 그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언론의 관심과 주변의 기대가 아직도 낯설고 편안치 않은 표정이었다.

결혼이주여성으로서 최초로 중앙부처에서 일하게 된 몽골 출신 정수림(자담바 르크하마수렌ㆍ36)씨.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2000년 한국에 여행 왔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게 됐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두 살 터울로 아들 둘을 낳아 길렀고, 2005년 귀화했다. 결혼 후 8년 동안 그는 이렇게 가정주부로 집 주변에 맴돌았다.

남녀 차이 없이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는 몽골에서 태어나 자란 그였지만,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게 돈 버는 것'이란 남편의 말에 수긍이 갔다.

아이들이 웬만큼 자라 여유가 생기자 2008년부터 남양주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다니며 한국어 보조강사 양성과정을 들었다.

첫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자 자식 교육이 걱정돼 센터에 방문지도를 신청했는데, 도리어 아이 양육과 교육법을 가르치던 방문지도사가 그의 수준급 한국어 실력에 놀라 센터 활동을 권유했던 것.

사실 그는 한국어를 혼자 독학했다. 몽골에서 사온 교재가 전부였고, TV 드라마가 한국어 교사였다. 하지만 2008년 한국어능력시험(TOPIK) 최고 등급인 6등급에 바로 도전해 합격했다.

이듬해부터 남양주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결혼이민자를 위한 통ㆍ번역 지원 업무를 하면서 그는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센터에서 같이 일하는 사회복지사를 보면서 사회복지사가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이 자격증 역시 독학으로 이뤄냈다.

또 지난해 서울여대 사회복지대학원 사회복지학과에 지원해 올해부터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기도 하다. 여성가족부의 채용공고를 보고 신청한 것도 그 특유의 도전정신이 작용했다.

그는 "토픽 중급을 거치지 않고 고급을 바로 쳤던 것은 '떨어져도 어떻겠나'라는 심정이었는데, 이번에도 경험 삼아 해보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부처에서 일하는 최초의 결혼이주여성'이란 언론과 주변의 관심이 걱정되면서도 다문화가정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같이 면접 본 4명이 축하한다고 전화하면서 우리를 위해 열심히 일해주길 바란다고 말하더라"라며 "센터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다문화가정과 여성가가족부의 연결고리 역할을 잘 하겠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에서 정씨의 주요 업무는 정부가 진행하는 여러 다문화사업을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정부 사업이 결혼이주여성을 비롯한 다문화가정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이주여성들이 바라는 바는 무엇인지를 파악해 보고하는 일이다.

그는 지난주 종로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취업지원사업으로 하는 네일아트 대비반에 직접 참석해 결혼이주여성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그는 "결혼이주여성이 자격증을 취득하고 바로 일하고 싶어하는데, 네일아트 2급 자격증으로 취업하기는 어려울 듯싶다"며 "취업을 알선해주거나 1급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모니터링 결과를 전했다.

후배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로 그는 "실수하는 것을 무서워하지 마라"고 조언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제일 예민해하는 것이 말실수로, 주변에서 말실수에 대해 웃을 때 상처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는 "실수할까 두려워 말 안하고 조용히 있으면 오히려 더 안 좋다"며 "몽골에 있을 때 친구들로부터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애'라는 말을 들었는데, 한국에서 사니 그게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이주여성들에게 가깝게 다가가 대화를 나누면서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것과 일하는 것을 연결시키고 싶기도 하다"고 앞으로 포부를 밝혔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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